라면과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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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582 · 2026-05-28 15:33:01 · 33 views
2022년 봄, 우리 연구실이 문을 닫은 해였다. 교수님이 갑자기 그렇게 편찮으실 줄이야 그때야 알았겠느냐만은...그때는 건강하셨던 교수님, 그리고 나와 아흐마드 형, 경빈 형, 그리고 준기 형은 출장을 가는 길이었다. 날씨 좋은 늦봄에 부여까지 출장을 갔다. 사람 좋은 아흐마드 형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경빈 형에게 재즈를 추천해주며 드라이브하듯 갔다.
휴게소에 들렀는데 죄다 돼지고기에 하람이다. 아마 그때 아흐마드 형은 '씨, 그냥 먹지 말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고민 끝에 형은 신라면을 골랐다. 좀 웃기는 질문이지만 이미 화학적으로 가공된 유지인데도, 나는 형에게 물었다. '형 그거 돼지 기름이래요.'
형은 이 정도는 괜찮다면서 짧게 설명해 줬다. 대충 맥주나 제육은 안 되지만, 맥주효모나 가공 유지는 그런가보다 한다는 얘기였다. 사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프로그램 짤 때도 Minor Page Fault 한 개로 담당자를 죽이니 살리니 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까지 안 한다.
다시금 생각해도 무슬림인 아흐마드 형이 기다리고 있는데 카스 캔 묶음을 들고 와서 치킨이랑 까 마시는 준기 형은 웃겼다. 뭔 상관이라는 듯 꿀꺽꿀꺽 마시는... 난 가끔 형의 그런 점이 싫었지만 준기 형은 '터프 가이', 나쁜 남자 그 자체였다. 괴짜여도 결혼해서 잘 사시는 석사 형 누구랑은 달리 확실히 나쁜 남자 스타일이었다.
새벽 시간에 뭔 잡설이나 하고 있는데, 나도 좀 나쁜 남자였으면 좋겠다. 허구한 날 섬세한 감상에 빠져서 '늦봄에 갑자기 눈이 왔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꽃들도...' 같은 소녀같은 생각이나 하니까 썸만 타다 끝나지.
블로그 디자인만 터프하게 하지 말고, 나도 좀 남자가 되어 보자.